Note
에버랜드 캐스트로 살았던 이야기 본문
▲ 에버랜드의 눈부신 야경. 관람차의 페스티발월드 로고와 롤링엑스트레인의 빨간 레일을 보아 2000년대 초중반에 찍힌 사진으로 추정된다.
0. 본래 개인 이야기를 떠들려고 했던 블로그였지만, "에버랜드 캐스트"라는 키워드로 조금씩이지만 검색 유입이 되는 것을 보고 조금 재밌다 생각하여 캐스트 시절 이야기와 에버랜드에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간단하게 썰 아닌 썰을 풀어볼까 한다. 퇴사한지 오래되어 지금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도 있겠지만, 내 블로그의 개설 취지에 알맞게 그냥 열심히 추억을 되짚으며 떠들어 볼테니 읽던지 말던지.
1. 봄이나 가을에는 낮동안 잠깐 쓰나미처럼 몰려왔다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학생단체 손님이 많을 뿐, 의외로 야간개장 시간에는 파크 내 체류 손님이 적은 편이다. 시끌시끌했던 단체 손님이 모두 나가는 그 시간 즈음 캐스트들은 저녁식사를 교대로 하고 야간 근무를 슬슬 준비하게 된다. 서문쪽으로 해가 지면 파크 내에 어둠이 깔리고, 하나 둘씩 화려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조명이 켜지는데 나는 이 시간을 정말 좋아했다.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낮시간을 보내고 찾아온 한적한 느낌과, 아직 완전히 여름이 되지 않아 조금은 서늘한 기운을 머금고 있는 바람을 맞으며 피우는 담배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2. 에버랜드 캐스트로 일하면 매일매일 불꽃놀이를 볼 수가 있다. 야간근무를 처음 하는 신입 캐스트에게 불꽃놀이를 보여주면 정말 예쁘다며 좋아했지만, 똑같은 레퍼토리를 몇개월동안 보아온 캐스트들은 불꽃놀이를 보면 "야~ 이제 퇴근 준비하자!"하며 좋아했다.
3. 근무지가 에버랜드라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표 좀 줘봐"인데, 그럴때마다 각자 일하는 곳에 빗대어 반격을 하곤 했다. 가령, 치킨배달을 하는 친구에게는 "치킨 좀 공짜로 줘봐", 게임회사에서 근무하던 형에게는 "게임 캐쉬 좀 줘봐" 등등.
4.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에버랜드 캐스트로 1년 이상 근무를 하게 되면 연간회원권이 4장 나왔다. 가족들하고 함께 다니라고 준 것 같은데, 나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 휴무일에도 파크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에버랜드 성애자였던 신입 캐스트 두 명에게 연간회원권 가격의 반도 안되는 금액으로 팔았던 기억이 난다. 나머지 두 장은 여자친구에게 기념일 생색내기 용으로 요긴하게 썼고.
5. 에버랜드 신입 캐스트들이 들어오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에버랜드에서 3개월 이내에 연애를 못하면 병신 소리 듣는다"라는 루머를 들었다고. 기간은 그때그때 달라서 한달이 되기도 하고, 반년이 되기도 하지만 항상 대답은 같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에버랜드 캐스트의 50% 이상이 병신이야."
6. 에버랜드의 여름은 캐스트에게 있어 지옥이다. 더운 날씨, 내리쬐는 자외선, 게다가 밤 11시 마감과 다음날 조기개장까지. 그렇게 무더위와 싸우고 난 후 월급명세서를 보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긴 하지만.
7. GSP라고 해서, 경력이 오래된 캐스트들을 대상으로 각종 고급 서비스 교육을 진행하고 페이퍼 시험 및 PT 발표 등을 거쳐 높은 점수를 받으면 주는 자격증 비슷한 것이 있다. 이 GSP 인증을 받으면 매달 약 8만원의 추가 수당이 붙는데, 경력이 오래되어 근속 수당, 우수 캐스트 수당 등을 다 받게 되면 일반 캐스트들 보다 약 20만원이 넘는 월급 차이가 났다. 그래서 나는 월급명세서를 다른 캐스트들에게 잘 보여주지 않았다.
8. 쓰다보니 내 에버랜드 썰도 아니고 에버랜드 캐스트를 위한 안내서도 아닌게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느낌. 이 글은 망한 글입니다.
9. 하지만 여태까지 쓴게 아까우니 일단 올려놔야지.